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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다시 고개 드는 포괄임금 폐지 주장...정부, 3년 넘게 ‘무소식’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20-09-01 16: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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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2018년) 마무리한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해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노사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의견 수렴이 마무리되면 발표할 생각이다. 언제 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빠른 시일 내에 할 것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3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로부터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건 3년 1개월 전이다. 노동부는 여전히 대략적인 시기조차 밝히지 않은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경(사진=뉴시스)

안갯속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노동부 "검토 필요해 지연"

포괄임금제는 실제 일한 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 일정 시간을 초과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이를 임금에 포함하는 제도다. 노동법에는 없지만 판례와 행정해석을 발판삼아 존재하는 예외적인 임금지급 형태다.

법에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포괄임금제를 둘러싼 법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포괄임금제가 현행법을 위반하는 제도라는 비판이다.

정봉수 강남노무법인 대표노무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 작성 시 필수 기재사항인 기본임금과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도록 명시돼 있는 점을 볼 때, 포괄임금제는 사실상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임금지급제도"(<노동법률> 제336호 참고)라고 꼬집었다.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실제 초과근무를 얼마나 하는지 상관없이 미리 정한 일정 시간으로 퉁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1주 동안 12시간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간주해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면 12시간을 초과해 일했더라도 추가로 수당을 받을 수 없다.

노동부도 포괄임금제를 규제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던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은 포괄임금제를 "근로기준법의 임금과 근로시간 규정을 사실상 형해화하는 관행"으로 규정했다.

당시 이 지침은 법원 판례를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5월 일한 시간을 산정할 수 있는 경우 포괄임금제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해당 지침에서 "원칙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란 근로시간 산정이 물리적으로 아예 불가능하거나 거의 불가능한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못 박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5월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정책간담회에서 주52시간제 현장 안착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노동부는 이 지침이 확정된 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부는 언론 보도 직후 낸 해명자료에서 "포괄임금제 오ㆍ남용 방지를 위한 지침 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 전문가, 현장 근로감독관 의견 수렴 등 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며 "향후 추가적인 전문가 의견 수렴, 국회 등 관계기관 협의 등을 통해 안을 확정하고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지난해 3월 이 장관이 빠른 시일 안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노동부는 이 장관 발언 두 달 뒤인 5월 전문가 자문회의를 진행했다. 또 같은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ICTㆍ게임업, 건설업, 사무직군이 대다수인 금융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포괄임금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노동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와 적절한 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는 게 노동부 측 설명이다.

노사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사업장에서 포괄임금제를 털어내는 과정에서 기존에 받던 임금이 그대로 기본급으로 전환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임금 삭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지급 능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사업장이나 업황이 좋지 않은 업종에서 노사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노동부 관계자는 "(포괄임금 문제는) 사용자 측한테 무조건 불리하다고 볼 수도 없고, 근로자가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며 "만약 판례 기준대로 하게 되면 근로자들의 경우 실제로 임금이 좀 깎일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급 효과 같은 부분들에 대해 현재로서는 조금 더 검토할 필요가 있어서 (가이드라인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사당 전경(사진=김대영 기자)

정의당, 포괄임금제 정조준..."빠른 시일 내 포괄임금 폐지법 발의"

정부가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조차 내놓지 못하자 정치권이 포괄임금제를 겨냥하고 나섰다. 정의당 노동본부와 같은 당 류호정ㆍ강은미 의원은 지난 25일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훈 정의당 비상구 자문위원(노무사)은 "이미 대법원도 포괄임금제 유효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노동부 사업장 지도지침 또한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포괄임금제 폐지를 입법화하지 않는다면 분쟁 해결을 위해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등 불필요한 사법비용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이날 간담회보다 앞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국회에 들어오면서 포괄임금제 폐지를 공약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포괄임금제 폐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이 다수 발의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박주민ㆍ이용득ㆍ이찬열ㆍ장하나 의원, 정의당 심상정ㆍ이정미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에서는 당시 김성태 의원이 "사실상 관행적인 공짜 야근을 조장하고 임금과 노동시간 체계를 무색하게 해왔던 포괄임금제는 노동인권 차원에서라도 규제되고 제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법원 판결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기조다. 앞서의 노동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한다고 해서 저희가 할 일이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가이드라인에 따라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현장 안착 방안을 고민해봐야 하기 때문에 조금씩 준비를 계속 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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