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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정기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전환, 공정성 보완해야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20-09-14 09: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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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넘게 진행된 정기 공채 제도

해마다 3월과 9월이 되면 대기업 인사담당자뿐만 아니라 전국 수십만 취업 준비생들이 분주하다. 대학 개강이 시작되는 3월과 9월, 상반기 및 하반기 정기 공채가 기업별로 다양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필자도 현업에서 채용 담당자로 근무할 때 각 대학 방문 일정과 채용 설명회를 준비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3월과 9월은 지옥의 시작이다.

신입사원을 동시에 대규모로 채용하는 정기 공채 제도는 1957년 삼성물산이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부상하며 채용 제도, 면접 방식 등에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됐으나 여전히 국내 기업은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데 기본적으로 그룹 중심의 정기 공채를 준수해왔다.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과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에 대규모 정기 공채를 종종 요청했던 게 사실이다.

그룹 인사팀이 계열사를 대신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일괄 공채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동일한 채용 프로세스를 통해 선발된 인력을 단기간에 그룹 문화와 제도에 적합한 인재로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시와 달리 정기 공채는 그룹의 HR 역량이 인사와 교육 차원에서 총동원되기에 계열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다양한 채용 프로세스와 교육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이유

수십 년 넘게 안정적으로 진행된 정기 공채 제도는 1997년 IMF 이후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하며 균열을 조금씩 드러냈다. 국내 기업도 글로벌 기업이 진행하는 상시, 수시 채용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경력직 공채 제도를 순차적으로 폐지하기 시작했고 인턴 중심의 채용 프로세스를 도입, 선검증 후채용 방식을 통해 직무 중심의 인재를 선발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뒀다. 그물형에서 이른바 낚시형 채용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국내 주요 30대 기업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가장 먼저 신입사원 정기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인사 혁신 방안을 선언했다. 기존 정기 공채는 지원자에게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의사결정이다. 신입사원을 연중 수시로 채용하면 자사에 관심이 높은 지원자를 정확히 선발할 수 있는 점까지 고려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뿐만이 아니다. 현재 국내 대다수 기업이 인턴십 제도를 대폭 늘려 인턴으로 일정 기간 근무시킨 후 평가를 통해 입사를 결정하는 채용연계형 인턴십 제도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에 이어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정기 공채에서 연중 수시로 전환한 LG그룹은 신입사원의 70%를 채용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일정 기간 검증 후 채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안전할 것이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도 수시 채용으로의 전환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3월과 9월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대기업, 공기업 채용을 한꺼번에 준비하는 것보다 관심 있는 기업의 채용 사이트를 주기적으로 살펴보고 지원하면 준비 시간과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1년 내내 채용 사이트를 살펴봐야 하는 부담이 따르긴 하지만 입사하고 싶은 기업을 선택하는데 그 정도의 시간과 노력은 당연히 투입해야 할 것이다.

취업준비생이 수시 채용을 우려하는 이유

취업준비생이 수시 채용을 우려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첫째, 신입사원 관련 일자리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정기 채용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자 국내 기업이 선도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공급하기 위해 도입한 측면도 크다. 그러나 수시 채용은 그야말로 각 계열사의 직무에 필요한 인재만 그때그때 충원하는 방식이다. 수시 채용의 의미와 목적을 생각한다면 취업준비생의 우려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수시 채용으로 전환될 경우 불공정한 결과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룹 중심의 정기 채용은 채용 프로세스가 단계별로 명확히 진행되지만 각 계열사의 필요에 따라 진행되는 수시 채용은 일정과 방식, 면접 형식 등에서 평가자의 다양한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 또한, 수시로 채용하다 보니 우리가 흔히 우려하는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소인 배경과 인맥 등이 실제 영향을 미칠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계열사별로 천차만별인 채용 진행 여부다. 예를 들어, 그룹 중심의 정기 공채는 면접 및 서류 전형에서 그룹 이미지를 중시, 단일화된 가이드라인과 엄격한 면접관 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이와 달리 수시 채용은 직무 적합성을 중심으로 채용 프로세스가 간소화되기에 면접관의 자의적 판단이 반영될 수 있고 그룹 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이전보다 선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정성이 수시 채용 성공의 핵심 요소

정기 공채 제도는 기업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정기 공채를 준비하기 위해 종합 상식을 달달 외우기만 했던 수험생들을 생각하면 해당 제도는 막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 이미 글로벌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직무에 필요한 인재를 낚시하듯 그때그때 채용해왔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은 범용적 틀에 맞춰 그물을 던져 대규모로 선발하다 보니 채용 효과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 채용 전환에 관한 상당수 취업준비생의 고민을 기우(杞憂)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계열사 중심의 채용은 실제 현장에서 간소화돼 진행되는 것이 사실이며 정기 공채에 비해 엄격한 준비와 훈련을 거친 면접관이 투입되기도 어렵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 그리고 실력보다 배경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건 아닐까 하는 지원자의 불안에 대한 기업의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코로나까지 경기침체에 따라 기업 조직도 점차 슬림하게 변해가고 있고 대졸 인력의 과잉 배출에 따른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역시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일자리를 줄이는 기업을 향해 우수 인재가 문을 두드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회적 의무를 강조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가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일수록 우수 인재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 경영학계의 보편적인 연구 결과다.

아울러, 정기 공채에서도 발생하는 채용 비리가 수시로 전환되면 더 빈번히 발생하리라는 점은 누구나 추론할 수 있다. 실제로 일자리 감소보다 취업준비생들이 우려하는 건 불공정한 선발에 있다. 수시 채용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선발 과정의 공정성이 지켜지도록 CEO가 책임감을 갖고 채용 제도를 직접 점검해야 공정한 수시 채용이 정착될 수 있다. 경영진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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